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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기」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203983
한자 風船期
영어공식명칭 Pungseongi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충청북도 청주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지연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저자 생년 시기/일시 1928년 - 신동문 출생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50년~1953년 - 「풍선기」 집필
편찬|간행 시기/일시 1956년 - 「풍선기」 시집 『풍선과 제3포복』에 수록
관련 사항 시기/일시 1956년연표보기 - 「풍선기」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저자 몰년 시기/일시 1993년 - 신동문 사망
특기 사항 시기/일시 2013년 - 제1회 신동문문학제 개최
특기 사항 시기/일시 2022년 - 신동문문학상 제정, 제1회 시상
특기 사항 시기/일시 2022년 - 신동문청주문학상 제정, 제1회 시상
배경 지역 신동문 시비 -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반로 721[문산리 산6-1]지도보기
성격 장편 연작시
작가 신동문

[정의]

6·25전쟁 시기 충청북도 청주 지역 출신 시인 신동문이 창작한 장편 연작시.

[개설]

「풍선기」는 충청북도 청주 출신 시인 신동문(辛東門)[1928~1993]이 6·25전쟁 시기에 창작한 장편 연작시이다. 충청북도 청원에서 출생한 신동문은 지병인 폐결핵으로 녹록지 않은 유년기를 보냈다. 서울대학교 문리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퇴하고 동국대학교에 편입하였으나, 병세가 악화하여 휴학을 거듭하게 된다. 그러던 중 6·25전쟁이 발발하였고, 공군에 자원입대하여 군인으로 복무하면서 직접 전쟁을 치렀다. 신동문이 맡은 일은 직접 전투를 치르기보다 후방에서 기상을 관측하는 것이었는데, 그럼에도 몸소 겪은 전쟁 체험은 신동문에게 강렬한 시작(詩作)의 계기가 되었다. 전쟁 중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말들을 틈틈이 기록한 것이 「풍선기」로 탄생하였다고 한다.

신동문「풍선기」가 처음 창작하였을 당시 총 53호, 1,700행에 달하는 장편시였으나 전쟁 중에 여러 편이 소실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 신동문의 전쟁 체험과 소회를 직접 반영한 작품인 만큼 그 규모와 길이가 상당하였음을 알 수 있다. 신동문은 195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풍선기」 6~22호가 당선된 것을 계기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풍선기」는 1956년 충북문화사에서 간행한 시집 『풍선과 제3포복』에 실리면서 1~17호로 번호가 바뀌고 시의 내용이 다소 수정되었으며, 18~20호가 추가되어 총 20호의 연작시로 수록되었다.

「풍선기」의 발표와 『풍선과 제3포복』 발행 후 시인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한 신동문은 1959년 충북문학인회를 창립한 뒤, 고향인 청주를 근거지로 삼아 활발한 동인 활동을 펼쳤다. 1960년대에는 잡지 『새벽』과 『창작과 비평』 등의 편집을 이끌면서 한국 문단의 중진으로 자리 잡게 된다. 「풍선기」와 『풍선과 제3포복』은 시인 신동문의 출발점에 놓여 있는 작품 및 작품집이며, 신동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이후 신동문「풍선기」를 쓸 당시의 작법이 자신의 문학관과 창작 태도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고백하기도 하였다.

2010년대 연구자들에 의하여 새롭게 발굴된 신동문 전집 미수록 시편들 중 「풍선기」를 제호로 달고 있는 작품들이 있다. 1959년 백자사에서 발행된 사화집 『신풍토-신풍토시집 Ⅰ』에 실려 있는 「실도-풍선기 실호」와 1958년 일문서관에서 발행한 사화집 『시의 화원』에 실린 「풍선기-32호」가 있다. 두 작품 모두 전쟁 중 잃어버렸던 「풍선기」의 시편들을 신동문 스스로 수습하는 가운데 발견하여 수록하였으리라고 추측된다. 두 시편은 2020년 창비에서 발행한 『신동문 전집』에 모두 실려 있다.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문산리에 신동문 시비(詩碑)가 있다.

[구성]

시집 『풍선과 제3포복』에 수록된 「풍선기」는 1호부터 20호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호의 본문은 세 개의 연으로 이루어진 19호를 제외하면 대부분 연의 구분이 없는 산문시 형태이다. 시의 제목 아래에는 공군 기지에서 기상 관측을 위하여 풍선을 수시로 띄우나 곧 터져 버리고 만다는 내용의 주석이 붙어 있다.

[내용]

「풍선기」 연작은 전쟁을 바라보는 시적 화자 ‘나’의 내적 독백으로 진행된다. ‘나’는 공군 비행장에 서서 하루 종일 비행기를 날리는 사람이다. 풍선 띄우기라는 행위는 기상을 관측하기 위한 것인데, 아무런 목적이나 의미 없이 관성적으로 반복된다. 풍선을 아무리 띄워 보내도 목적지 없이 떠돌다 결국 터져 버릴 풍선의 운명은 ‘나’에게 외로움과 피로감만을 안겨 줄 뿐이다. 시 전반에 걸쳐 ‘나’가 느끼는 피로함, 기진맥진함, 메스꺼움, 현기증, 허전함 등의 심경은 전쟁의 무의미함과 폭력성이 시인에게 안겨 준 고립감과 환멸로 읽어 낼 수 있다.

연작시 「풍선기」의 서시(序詩) 격인 「풍선기-1호」에서 화자는 “초원” 같은 비행장에 서서 “귀처(歸處)란 애초부터 알 수 없던” 풍선들을 띄워 보내며 “기진맥진”함을 느낀다. 드넓은 비행장은 마치 “마구 망아지모양 달리고 싶다”는 욕망을 일깨우기도 하지만, 그것은 금세 “동결된” “체념”으로 수렴될 뿐이다[「풍선기-2호」]. 이러한 허무 의식은 “우리에겐 아무도 내일이 없다”라는 절망적 언사로, 나아가 “비실대며 어떻게 나는 오늘을 견뎌야 하느냐?”라는 한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풍선기-11호」]. 방공호 속에서 자살한 병사의 소식을 듣고서도 ‘나’는 풍선을 띄우는 행위를 지속하며 “나의 오늘의 의미는 매한가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고백한다[「풍선기-16호」].

전쟁이라는 폭력적인 외부 상황은 화자에게 생명이 없는 불모지이자 좁고 답답한 어항 같은 공간으로 묘사된다. 그 가운데 놓인 화자의 무력함과 공포는 “징글맞게” 화자를 덮쳐 누르는 “거인”[「풍선기-3호」]의 이미지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허공에 띄워 올리면 끝내 터져 버리고 마는 풍선의 모습은 외부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하여 버리는 육체”[「풍선기-4호」]와 연결되며, 허무와 절망이 자아의 실존 의식을 이룬다. 전쟁 속에서 극단적으로 무의미하여진 개인의 편린이자, “그림자보다도 더 허전한 나의 양감(量感)”[「풍선기-18호」]과 “잃어버린 나”[「풍선기-19호」]로 표현되는 자아 상실에 대한 인식이기도 하다. 「풍선기」 연작은 시인의 허무주의적인 비애를 풍선이라는 대상에 투영하여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특징]

「풍선기」는 공군 기지에서 띄우는 풍선이라는 상징적 모티프를 통하여 전쟁 체험을 시 속에 구현하였다는 특징을 갖는다. 방향과 목적이 뚜렷한 비행기와 달리 풍선은 그저 허공을 떠다니다 결국 터져 버리고 마는 것이기에, 전쟁이 인간에게 남긴 무의미함과 허무감을 상징한다. 전쟁이라는 배경과 관련하여 「풍선기」 연작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전쟁이 직접적인 ‘현장’이 아니라 시적 주체의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간접적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풍선기」에 담긴 화자의 내적 비애와 절망감은 전쟁이 불러일으킨 개인의 비극적 실존 의식을 가리키며, 시인의 반전(反戰) 의식이 직설적인 구호 대신 내면 체험으로 간접화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이해되기도 한다.

「풍선기-10호」는 신동문이 실존주의 시인으로 잘 알려진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1875~1926]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 준다. 릴케 시가 지닌 허무 의식은 전후 한국 시단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는데, 신동문 역시 당대의 시대 의식을 민감하게 인식하였음을 알 수 있다.

「풍선기-10호」는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특징이 발견되는데, 말줄임표(……)를 사용하여 ‘꿈’의 내용을 시 속에 액자식으로 배치하고 있다. 문장 부호를 이용하여 특정 구절을 강조하는 양상은 연작 2~8호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연작시라는 시 전체의 형식에 주목하여 보면, 각 시편들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연작시임에도 불구하고 목적론적 인과성보다는 불연속적인 개별성이 두드러진다는 특징이 있다. 불연속성은 모든 목적과 방향을 상실과 폐허로 귀속시키는 전쟁의 폭력성과 그리고 전쟁의 폭력성에 대한 시인의 인식을 형식적 차원으로도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전쟁이라는 총체적 현실의 일면을 각기 다양한 언어적 결합으로 보여 주는 하나의 전략으로서 연작시 형식이 선택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의의와 평가]

신동문의 시 세계는 흔히 전기 시의 모더니즘적 경향에서 후기 시의 현실 참여적 경향으로 이행하여 간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즉, 「풍선기」신동문의 대표적인 초기 작품으로서 전쟁 체험을 반영한 모더니즘 계열의 시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평가는 「풍선기」의 산문시 형식에 나타난 실험적 시도와 모더니즘적 경향에 주목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신동문 시의 모더니즘적이거나 현실 참여적 면모 외에도 다양한 측면에 주목하는 연구가 제출됨으로써, 「풍선기」 연작에 대한 평가 역시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풍선기」 연작을 폭력적 현실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를 담은 참여시의 일환이라고 보는 경우, 시에 담긴 언어 미학적 기교와 이상(李箱)[1910~1937]에게서 받은 영향 등을 통하여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라고 보는 경우, 시의 현실 지향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서정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경우, 반전(反戰)·반핵(反核)의 반서정성에 주목하는 경우 등이 있다.

2020년 이후로는 「풍선기」 연작을 포함하여 신동문 시에 대한 정신 분석학적 접근, 시에 나타난 공간성에 대한 탐색 등이 이루어졌다. 시인의 전집에 미수록된 시편들에 대한 발굴 작업 또한 진행 중이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연구 성과들이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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