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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쥐」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203981
영어공식명칭 Red Mouse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충청북도 청주시
시대 근대/일제 강점기
집필자 이지연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저자 생년 시기/일시 1903년 - 김기진 출생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24년연표보기 - 「붉은 쥐」 발표
저자 몰년 시기/일시 1985년 - 김기진 사망
관련 사항 시기/일시 1990년 - 한국일보 ‘팔봉비평문학상’ 제정
성격 소설
작가 김기진

[정의]

1924년 충청북도 청주 지역 출신 작가 김기진이 발표한 단편 소설.

[개설]

「붉은 쥐」는 충청북도 청주 출신의 작가 팔봉(八峯) 김기진(金基鎭)[1903~1985]이 1924년 잡지 『개벽(開闢)』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제목 아래 ‘미정고(未定稿)’라고 표기되어 있으며, 원고의 상당 부분이 탈락된 채 발표되었다.

「붉은 쥐」의 저자인 김기진은 1920년대 한국의 사회주의 경향 문학을 이끈 대표적인 문인으로 알려져 있다. 『백조(白潮)』의 동인으로 활동하던 김기진은 1923년 「Promeneade Sentimental」이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개벽』의 주요 필진으로 참여한다. 이후 비평가로서 부르주아 문학을 비판하며 사회주의 사조를 전제로 한 계급 문학을 주창하는 글을 여러 편 발표하였다. 「클라르테 운동의 세계화」[1923], 「지배 계급 교화, 피지배 계급 교화」[1924], 「금일의 문학·명일의 문학」[1924] 등의 평론들을 통하여 사회주의 문학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불이야 불이야」[1925], 「젊은 이상주의자의 사(死)」[1925] 등의 소설에서 소위 ‘프로 문학’의 창작적 가능성을 보여 주기도 하였다. 그중에서도 「붉은 쥐」김기진이 발표한 첫 번째 소설로서 한국 계급 문학의 맹아를 틔워 낸, 신경향파 문학의 효시로 평가된다.

1925년 문학 잡지 『조선문단(朝鮮文壇)』과의 인터뷰에서 김기진은 1920년대 당시 조선 청년의 ‘리얼’한 ‘생활’을 표현하고자 「붉은 쥐」를 썼다고 밝힌 바 있다. 「붉은 쥐」의 주인공 박형준은 젊은 지식인으로서 함께 셋방살이하는 도시 빈민들의 궁핍한 삶을 지켜보며 절망과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식민지 조선의 현실과 자본주의 문명이 불러온 모순은 개인의 힘으로 돌파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허무감에 빠진다. 박형준의 허무와 체념은 박형준이 죽음에 이르는 소설의 결말에서 다소 급작스러운 전환 국면을 맞는데, 그 계기로 “나는 아직도 좀 더 살아야겠다”라는 자각과 죽은 쥐에게서 연역하여 낸 인간의 생존 철학이 제시되고 있다. 이후 박형준은 물건을 훔치고 총기를 난사하며 도망치다가 자동차에 치여 죽게 된다. ‘붉은 쥐’는 무산대중(無産大衆)의 생존에 대한 은유이자 박형준의 파국을 예비하는 이미지인 것이다.

김기진 스스로 집필 목적이 ‘생활’의 표현에 있다고 밝혔듯이, 「붉은 쥐」에는 ‘생활과 문학’의 연계를 주장하였던 김기진 자신의 문학관이 반영되어 있다. 김기진은 동인 문학의 예술 지상주의를 반대하며 피지배 계층의 빈곤과 궁핍한 삶, 피지배 계층의 욕망과 저항을 전면화하는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하였다. 생활과 밀접한 문학을 통하여 자본주의 체제의 폐해인 인간성의 상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로의 변혁을 꾀하려는 김기진의 사상은 김기진이 남긴 1920년대 비평의 여러 면면에서 드러난다. 「붉은 쥐」에는 김기진의 이러한 문제의식이 나타나 있는 한편, 실제 생활의 묘사보다는 내적 독백의 관념적 언어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생활’의 형상화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구성]

「붉은 쥐」는 총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으며, 주로 주인공 ‘박형준’의 내면 서술과 관념적인 독백으로 이루어진다.

[내용]

「붉은 쥐」의 1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줄행랑의 스산한 풍경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셋방살이 형편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주인공 박형준은 사람들의 처지를 지켜보다가 뿌리 깊은 절망을 느낀다. 현실이 갑갑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무력감이 박형준과 친구인 C를 포함한 조선의 지식인 청년들을 짓누르고 있는 까닭이다. 「붉은 쥐」의 1장에서 원고의 일부가 삭제되어 있는데, 일제 식민지 정책에 대한 비판과 거부의 내용을 담은 부분이었으리라 추측된다.

2장에서 박형준은 정처 없이 거리를 걸으면서 적도(赤道)를 생각한다. 박형준에게 그리운 고향과도 같은 공간은 현실의 셋방이 아니라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적도 부근이다. 박형준은 자신이 살아가는 조선 땅보다도 상상 속의 적도를 더욱 현실에 가까운 공간으로 인식한다. 적도에서는 ‘불덩어리’와 같은 박형준의 내적 열정을 모두 쏟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민지 조선의 현실은 ‘도적놈’들이 득세하여 가난한 이들을 지배하고 괴롭히는 ‘피곤한 시대’이다. 절망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무력감과 피곤함을 극복할 방법은 ‘본능 생활로 돌아가는 길’뿐이지만, ‘문명[자본주의 문명]’의 폐해가 방해한다.

3장에 이르러 공원의 벤치에 앉은 박형준은 현 사회의 문제가 자본주의 문명의 모순에 있음을 절감한다. 자본주의의 모순은 돈의 위력에 기대어 사람들로 하여금 이른바 ‘문명병’에 걸리게 만든다. 하지만 박형준은 여전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상태로 허무감에 젖어 있다. 박형준의 허무감은 “나는 아직도 좀 더 살아야겠다. 산다는 것은 나의 권리이다”라는 깨달음으로 깨어진다. 죽은 쥐의 사체를 발견한 박형준은 쥐의 생존 철학으로부터 자본주의 아래 무산대중의 무기력한 생활 방식을 연상한다.

이윽고 박형준은 치미는 허기와 가슴속의 어떤 흥분을 느끼면서 전차가 지나다니는 철로 근처로 다가선다. 옆에 늘어선 가게들에서 물건을 훔친 박형준은 자신을 잡으러 쫓아오는 사람들을 피하여 도망치며 권총을 난사한다. 전찻길 위에서 겨우 전차를 피하여 달아나던 박형준은 달려오는 소방대 자동차에 치여 처참한 죽음을 맞는다. 이튿날 서울의 신문사는 박형준의 죽음에 대하여 거짓으로 기사를 싣는다.

[특징]

「붉은 쥐」는 인물의 행동이나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주인공의 내적 독백과 성찰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가난한 자들의 삶을 더욱 괴롭게 만드는 유산 계급과 일제 식민 통치자들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독자들이 그러한 사회적 모순을 깨닫기를 바라는 저자 김기진의 의도가 인물의 독백을 통하여 표현되고 있다.

사변적인 언어의 나열과 논리의 비약, 강렬한 파토스의 분출이 「붉은 쥐」의 또 다른 특징으로 발견된다. 관념적 독백 끝에 다소 갑작스러운 행동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거나 파국적인 결말을 맞는 소설의 구성, 주인공 박형준의 죽음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와 핏자국, 불자동차 등을 통한 붉은 색채의 빈번한 사용 또한 「붉은 쥐」가 지닌 특징이라고 할 만하다. 소설의 원색적인 경향을 높임으로써 독자에게 직접적인 감각의 충격을 주는 장치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김기진은 프랑스 작가 앙리 바르뷔스(Henri Barbusse)[1873~1935]를 1920년대 한국 문단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바르뷔스의 장편 소설 『광명』을 번역하였고, 1923년 『개벽』에 「클라르테 운동의 세계화」를 시작으로 「바르뷔스 대 로맹 롤랑 간의 쟁론」, 「또다시 클라르테에 대하여」 등을 연달아 실으면서 김기진은 바르뷔스의 사상과 문학에 주목하였다. 「붉은 쥐」에서도 바르뷔스의 관념적이고 파편적인 문장의 영향을 받은 점들이 관찰된다. 김기진과 막역하였던 박영희(朴英熙)[1901~1950]도 자신의 저술에서 「붉은 쥐」와 바르뷔스 작품의 연관성을 언급하였다. 김기진도 바르뷔스의 영향력 아래에서 초기 비평 활동을 지속하였음을 감추지 않았다. 김기진의 첫 소설인 「붉은 쥐」 역시 그러한 영향 관계를 잘 드러낸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의의와 평가]

김기진에 대한 연구는 주로 비평가로서 김기진이 남긴 평론들과 문학 논쟁, 카프(KAPF)의 창립 일원이자 한국 계급 문학의 선도적 존재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졌다. 흔히 프로 문학의 맹아로 1920년대 ‘신경향파 문학’을 거론할 때 김기진의 비평과 문학론은 빠짐없이 언급되곤 한다. 그럼에도 김기진에 대한 문학사적 평가는 상반되었는데, ‘운동으로서의 문학’에 대한 목적의식이 투철하지 못하였다는 평가와, 예술적 미학과 이데올로기의 이분법을 넘어선 유연성을 보여 주었다는 평가가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대부분 한국 프로 문학사에서 김기진이 차지하는 위상에 주목하는 동시에, 1920~1930년대 제출된 김기진의 비평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조금 더 다양한 관점에서 김기진 문학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발견된다. ‘감각’ 또는 ‘생활’이라는 주제에 천착하여 김기진의 비평과 문학 논쟁을 분석하거나, 김기진 문학의 낭만주의적, 혹은 문학주의적 특성을 도출하는 연구들이 여기에 속한다. 나아가 김기진의 번역 활동이나 자기 서사로서 해방 이후의 회고록에 주목하는 연구들도 제출되었다. 소설의 경우 「Trick」의 발굴과 연구가 이루어진 바 있으며, 『해조음』과 『황원행』을 포함한 장편 소설들이 연구 대상으로 분석되기도 하였다.

「붉은 쥐」김기진의 첫 소설이자 프로 문학의 맹아 또는 신경향파 문학의 효시로서 빈번히 언급되었다. 한편으로는 ‘관념의 과잉’이라는 측면에서 문학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와 인간의 ‘본능’을 회복하고자 하는 이론적 문제의식이 피상적으로 구현되는 데 그치고 말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붉은 쥐」의 의의는 기존 문단의 감상주의적 경향을 거부하고 첨예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김기진이 새롭게 정립하고자 하였던 예술적 미의식의 맹아를 보여 주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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