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2026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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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칭/별칭 | 반찬하는 등속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 |
시대 | 근대/일제 강점기 |
집필자 | 김해인 |
[정의]
충청북도 청주시에 있는 진주 강씨 집안에서 전하여 내려오는 요리책 『반찬등속』이 기록된 배경과 역사적 가치.
[청주 지역의 요리책, 『반찬등속』]
『반찬등속』은 충청북도 청주 지역의 진주 강씨(晉州 姜氏) 집안에서 전하여 내려오는 책이다. 『반찬등속』은 진주 강씨 집안의 며느리인 밀양 손씨(密陽 孫氏)[1841~1909]가 음식의 조리법과 재료 손질 등에 관하여 기록한 조리서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소장하였다가 현재는 국립청주박물관으로 이관되었다. 2019년 7월 5일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381호로 지정되었고, 2021년 11월 19일 「문화재보호법시행령」 고시에 따라 지정 번호가 삭제되어 충청북도 유형문화재로 변경되었다. 2024년 5월 17일 국가유산청의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에 따라 충청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바뀌었다.
『반찬등속』은 앞표지와 뒤표지를 포함하여 모두 32장으로 된 필사본이다. 책의 크기는 가로 19.3㎝, 세로 20.5㎝이고, 1면당 9~12행이며, 한 행의 자수는 10~16자이다. 내용은 한글로 기록한 음식 조리법, 생활 용어와 사자성어 등을 한자로 적은 문자집, 그리고 초서와 한글로 된 편지글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는 첫째로 음식의 조리법이 기록되었고, 다음으로 용어를 적은 문자집이, 다시 다른 조리법이 등장하며, 마지막으로 편지글이 첨부되어 있다.
겉표지에는 『반ᄎᆞᆫᄒᆞᄂᆞᆫ등속』이라는 한글 제목이 붙어 있다. 제목 옆에는 ‘찬선선책(饌饍繕冊)’이라고 한자로 부연되어 있는데, ‘여러 반찬을 한데 모은 책’이라는 뜻이다. 본문에 ‘반ㅊㆍㄴᄎᆞᆫ등속’이라고 표기되어 있어 책 제목을 『반찬등속』으로 지칭한다. 『반찬등속』에는 한문으로 쓰인 각종 용어도 기록되어 있기에 ‘문자책(文字冊)’이라는 제목도 함께 적혀 있다. 책의 내용과 형식, 그리고 겉표지에 여러 제목이 쓰여진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반찬등속』은 한번에 완성하지 못하고 나누어 쓴 것으로 보인다.
함께 적혀 있는 ‘계축 납월 이십사일 성’이라는 필사 기록으로 보아 1913년 12월 24일 필사가 완료된 것으로 추정된다. 뒤표지에는 ‘청주 서강내 일상신리(淸州 西江內 壹上新里)’라는 지명이 표기되어 있다. 현재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반찬등속』의 저자를 찾아서]
『반찬등속』에는 간기가 적혀 있지 않아 정확한 저자를 알 수 없다. 다만 『반찬등속』이 간행된 지역과 시기 등으로 볼 때 당시 청주 상신리에 동족 마을을 형성하였던 진주 강씨의 며느리 가운데 한 명으로 추정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입향조 강희명의 13대손인 강귀흠(姜貴欽)[1835~1897]의 부인 밀양 손씨일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
진주 강씨 집안의 며느리라고 보는 근거는 책의 내용이 요리책이고 한글체라는 점, 책의 뒤표지에 적힌 ‘청주 서강내 일상신리’ 지역이 당시 진주 강씨 집성촌이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책의 말미에 수록된 편지글에 있는 “아버님께 글을 올리옵니다”라는 문구 등은 시집온 여성이 친정아버지에게 올리는 편지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상신리에 살면서 책을 쓸 정도의 학식을 갖춘 인물은 남편의 지위가 어느 정도 높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해당 시기에 상신리에 살면서 벼슬한 인물은 입향조 강희명의 13대손인 강귀흠이 있다. 강귀흠은 의령원(懿寧園)의 수봉관(守奉官)이라는 벼슬을 하였다. 강귀흠의 부인은 밀양 손씨이다. 밀양 손씨는 증평의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고,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한문을 익히는 등 학식이 있었다고 한다. 밀양 손씨는 젊었을 때 어머니를 여의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천안의 수신에 살던 여성과 재혼을 하였다. 편지글에 ‘수신댁’의 안부를 묻는 부분이 있는데, ‘수신댁’은 아버지가 재혼한 여성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반찬등속』은 19세기 후반 강귀흠의 부인인 밀양 손씨가 작성한 요리책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문자책’의 용어 가운데 초서로 쓴 글자와 초서체 편지글의 글자체는 동일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볼 때, 나중에 다른 사람이 다시 써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연구에서 『반찬등속』을 다시 정리한 사람은 강귀흠의 손자인 강규형(姜圭馨)[1893~1962]으로 추정하였다. 강규형이 책을 깨끗하게 베껴 정리하고 책의 뒷부분에 자신이 10대 때 외가에 보냈던 초서 편지와 할머니가 직접 쓴 편지글을 함께 실은 것으로 추정한다. 표지에 ‘계축 납월 이십사일 성’이라고 적은 것은 강규형이 책을 정리한 날짜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인물이 『반찬등속』을 썼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누군가 쓴 요리책을 1913년에 상신리에 살던 어떤 사람이 필사하였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하여서는 가문의 내력과 다른 자료의 조사를 통하여 보완될 필요가 있다.
[『반찬등속』에 기록된 음식 만드는 법]
『반찬등속』에는 당시의 다양한 음식과 함께 재료의 손질, 만드는 법 등이 자세히 기록되었다. 하지만 음식 조리법과 각종 용어를 기록한 부분이 섞여 있고 조리법 부분 안에서도 구성과 서술이 일관적이지는 않다.
구성에서 「반찬등속」, 「조과하는 이야기라」, 「과줄하는 이야기라」 등으로 내용이 구분된 부분도 있다. 「반찬등속」에는 김치류와 짠지류가 소개되었고, 「조과하는 이야기라」에는 수정과와 산자가, 「과줄하는 이야기라」에는 약과[과줄], 정과[증과], 중박기[중박계]와 떡류 등이 기록되었으며, 이외에 주류와 요리류 등이 일정한 분류 없이 수록되어 있다.
이를 정리하면 『반찬등속』에는 모두 44종의 음식 조리법과 두 가지 음식 관련 설명이 등장한다. 음식 종류별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김치는 7종으로 무김치, 깍두기①[깍독이], 깍두기②[갓데기], 고추김치①, 고추김치②[고춧잎김치], 오이김치①, 오이김치②[외이김치]가 있다.
2. 짠지는 10종으로 짠지, 무 짠지, 고춧잎 짠지, 배추 짠지, 마늘 짠지, 파 짠지, 박 짠지, 콩 짠지, 북어 짠지, 전복 짠지가 있다.
3. 밑반찬은 7종으로 참죽나무순과 토란줄기, 북어무침, 북어대강이, 가물치회, 오리고기[오리탕], 육회, 전골지짐이 있다.
4. 과자는 6종으로 산자, 약과[과줄], 정과[증과], 중박기[중박계], 주악[주왁], 박고지[박고지정과]가 있다.
5. 떡과 간식은 9종으로 증편, 백편, 꿀떡, 곶감떡, 화병, 송편, 염주떡, 약밥, 만두가 있다.
6. 술은 3종으로 연잎술, 약주, 과주가 있다.
7. 음료는 2종으로 수정과, 식혜가 있다.
8. 음식 관련 설명으로는 고추장을 맛있게 먹는 방법, 흰 떡[가래떡]을 오래 보관하는 방법이 있다.
[『반찬등속』에 기록된 특별한 요리법]
『반찬등속』은 짠지의 종류와 조리법을 자세히 기록한 것이 특징이다. 짠지[菹]는 재료를 소금으로 짜게 절여 오래 두고 먹는 절임류 중 하나이다. 주로 고추나 고춧가루, 젓갈이 들어가면 김치, 그렇지 않으면 짠지라고 한다. 그러나 『반찬등속』에 기록된 짠지 중 ‘짠지’와 ‘배추짠지’는 오늘날의 분류로 김치류에 가깝다. 『반찬등속』에서는 무, 고춧잎, 마늘, 콩, 전복, 북어, 박 등으로 만든 장아찌나 조림도 짠지로 기록되었다. 『반찬등속』의 지리적 배경인 상신마을을 현지 조사한 결과 면담자들은 어린 시절 어른들이 김치를 ‘짠지’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고 하며, 구술 조사 과정에서도 ‘총각짠지, 깻잎짠지, 파짠지, 초고추짠지’ 등의 명칭이 나왔는데, 이는 김치와 초절임을 아우르고 있어 『반찬등속』의 짠지는 ‘짠 밑반찬’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이를 보아 충청도 지역에서는 김치류뿐 아니라 짜게 하여서 먹는 장아찌나 조림도 통칭하여 짠지라 불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고춧잎짠지는 쇠고기를 함께 넣고 간장을 넣어 발효시키고, 마늘짠지에는 홍합이 들어가고, 파잔지에는 문어가 들어간다. 이와 같이 고춧잎, 마늘, 파와 같은 채소류에 고기와 해산물을 더하여 짠지를 만들거나, 아예 북어와 전복 같은 해산물로 짠지를 만들었다. 짠지를 만들 때 고기를 사용하거나 청주에서 구하기 힘든 해산물을 많이 사용한 것으로 보아 집안이 부유하고 지위가 높았던 양반가임을 짐작하게 한다.
짠지와 김치류에는 젓갈 대신 조기를 찢거나 다져서 넣도록 하였다. 젓갈을 사용한 경우는 새우젓국국을 사용한 깍두기 한 종류뿐이다. 고추는 다지거나 가늘게 썰어서 실고추로 넣는 정도로 사용되었고, 오늘날과 같이 고춧가루를 사용한 경우는 드물다.
무를 재료로 한 깍두기가 두 종류인 것도 흥미롭다. 지금과 같이 배추가 일반화되기 전, 19세기에는 배추보다 무가 김치의 주된 재료였다. 『반찬등속』에는 무로 담근 김치로 ‘깍독이’와 ‘갓데기’ 두 종류가 나온다. 조리법을 보면 깍독이는 무를 네모반듯하고 조그맣게 썰어서 소금에 절인 뒤 고추와 마늘을 다져 소금물에 섞고 김치 국물을 만들어 무, 생강 채, 조기 다진 것을 많이 넣고 버무린 김치이다. 갓데기는 무를 골패만 하게 네모로 썰며, 새우젓국이 들어가는 것이 깍독이와 다르다.
떡 중에서 ‘화병’은 인절미를 만든 다음 달걀 지단과 실고추로 꽃처럼 장식하여 만드는 떡이다. 다른 조리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조리법인데, 진주 강씨 집안만의 방법인 듯하다. 『반찬등속』 저자의 집안에서 잔치 음식으로 사용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어서 높이 고이는 용도의 염주떡이 기록되고 있어, 화병 또한 특별한 잔치 음식이나 손님 접대를 위한 음식에 관하여 적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송편은 거피팥고물에 대추와 곶감을 넣어 소를 만든 점이 독특하다. 또한 송편 빚는 법에서 세 손가락 자국이 완연하게 나타나도록 하라는 기록은 청주 지역 고유의 송편 모양의 원형을 찾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육회는 대개 소고기를 채썰기하여 간장이나 소금, 다진 파와 마늘, 후춧가루, 깨소금, 꿀 등의 양념을 하고 잣가루를 뿌리는 방식이나, 『반찬등속』에서는 고추장 양념으로 무친 것이 특이하다.
이외에도 약밥에는 곶감과 생강을 넣은 것이 일반적인 약밥과 다르다. 밥과 누룩을 연잎에 싸서 4일 만에 먹는 특이한 술인 연잎주도 기록되어 있다.
한편 중간에 기록된 ‘문자집’은 음식이나 식재료의 이름, 혼례 관련 용어, 장신구와 각종 생활 도구 명칭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한자 용어들이 적혀 있다. 이 중 음식 관련 용어는 강정, 산자, 약과, 빈사과, 약식, 실백자, 앵도, 대추, 준시, 산적, 석어, 해의, 감곽, 청태, 명태, 문어, 점복, 백병, 증병, 절병, 전야, 편육, 숙채, 개자, 상어, 홍어, 갈치어 등이다. 이를 통하여 당시의 재료 이름과 조리 용어를 추측할 수 있다.
[『반찬등속』의 가치]
조선 시대 조리서는 남자가 저술한 경우가 많다. 1670년경 정부인 안동 장씨(安東 張氏) 장계향(張桂香)[1598~1680]이 한글로 『음식디미방』을 써서 146가지 음식 조리법을 소개한 것을 제외하고 여성이 음식 조리서를 남긴 예는 흔하지 않다. 『반찬등속』은 진주 강씨 집안의 며느리가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여성 한글 조리서로서의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도 『반찬등속』은 충청북도 최초의 한글 조리서로서 20세기 초 충청도 지역의 음식 종류와 조리법, 언어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후손 가운데 요리책에 나오는 음식 이름과 조리법을 아는 인물도 있다. 강규형의 아들인 강광희는 어릴 때 직접 가물치회를 비롯하여 송편 등 다양한 음식을 먹었다고 하며, 몇 가지 음식에 대하여서는 조리법까지 알고 있다.
따라서 『반찬등속』에 나오는 음식은 100여 년 전 청주 지역의 양반가 음식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먹을 만한 반찬과 함께 과줄과 떡 같은 의례 음식을 포함하고, 음식의 담음새까지도 언급하고 있는 『반찬등속』은 청주 지역의 식생활 연구의 기본 자료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