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3016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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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 遺言-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기도 양주시 |
집필자 | 조영주 |
[정의]
경기도 양주 지역에서 유언을 지킨 막내아들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아버지 유언을 잘 지킨 아들」은 저승왕이 된 아버지와 아버지가 저승왕이 될 수 있도록 유언을 지킨 막내아들의 효행담으로, 아버지가 비록 부모의 묘를 쓰기 어려운 지형에 묘를 쓰라고 유언했다 하더라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아버지 유언을 잘 지킨 아들」의 전반부는 아버지는 명당을 잘 보는 명풍수로 죽어서 저승왕이 될 수 있는 명당에 자신의 묘를 쓰도록 유언을 한다는 명풍담이고, 후반부는 저승왕이 된 아버지의 덕택에 막내아들이 저승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저승 왕래담이자 자신을 보살펴 준 주인의 아들과 약혼녀를 환생시켜 주는 보은담이다.
[채록/수집 상황]
1992년 양주문화원에서 출간한 『양주군지』에 수록되어 있고, 출전은 1989년 임석재가 집필하고 평민사에서 발행한 『한국구비설화』이다. 일제 강점기에 양주 지방에서 채록하였다고 한다.
[내용]
옛날에 묏자리를 잘 보는 유명한 풍수가 있었다. 풍수는 나이가 들어 곧 죽을 때가 되자 아들 삼형제를 불러 유언을 하였다. 자기가 죽으면 삼형제가 합심하여 집안 살림을 잘 꾸려 나가고, 자기 시신의 목을 베어 어디에 있는 높은 산꼭대기의 못 안에 묘를 쓰라고 하였다. 그 못에 가면 물이 가득 차 있으나 못 둑에 말뚝을 박아 놓으면 그 못의 물이 저절로 다 없어지니 그렇게 하여 묘를 쓰라고 한 것이었다.
삼형제는 그러고 난 다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사흘 밤낮을 울고 지냈다. 사흘째 날 밤 두 형은 아버지의 묘를 써야 하는데 아무리 아버지의 유언이 있었다고 한들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하면서 다른 곳에 묘를 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였다. 그러나 막내 동생은 아버지의 유언을 어찌 저버리겠느냐고 하였다. 아버지 시신의 목을 베는 것은 안 되었으나 유언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형은 어린놈이 뭘 안다고 말참견이냐고 하면서 매를 때렸다.
막내는 매를 맞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형들이 잠든 밤에 아버지 시신에서 머리를 베어 허리에 차고 아버지가 말한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가보니까 정말 물이 가득 차 있는 못이 있었다. 막내가 아버지의 말대로 말뚝을 박으니 물이 저절로 다 없어졌다. 막내가 못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 흙이 좀 두둑하게 된 곳을 파보니 돌함이 하나 나왔다. 막내는 그 돌함에 아버지의 머리를 넣고 나왔다.
막내는 집으로 돌아가면 형들에게 얻어맞을 것 같아 서울로 갔다. 그리고 아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서울에서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며 얻어먹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가 어느 부잣집에 밥을 얻어먹으려고 갔는데 주인이 보고 아무래도 거지는 아닌 것 같아 집안으로 불러들였다. 주인은 막내에게 어디에 사는 누구냐고 물었다. 막내는 어디에 사는 풍수의 셋째 아들인데 사정이 이러해서 얻어먹고 돌아다닌다고 하였다. 주인은 그렇다면 집에 남아 심부름이나 하고 지내라고 하였다. 막내는 그날부터 그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주인은 막내에게 공부도 시켰다. 막내는 세수하고 화장실에 가는 일 외에는 밖에 나오지 않고 방에 앉아 열심히 글공부만 하였다. 사년 즈음이 지나자 주인은 막내에게 돈 닷 냥을 주면서 성안 구경을 하고 오라고 하였다. 막내는 돈을 받아 거리로 나가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동대문 밖에까지 가게 되었다. 해가 질 무렵이 되어 막내가 다시 동대문 안의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시간이 늦어 동대문이 이미 잠겨 있었다. 막내가 주위를 둘러보니 높은 언덕에 불이 환하게 켜 있는 집이 있었다. 막내가 그 집에 찾아가 주인을 찾으니 여자가 나와서 웬 사람이냐고 물었다. 막내는 사정을 말하고 하룻밤만 재워 달라고 하였다. 여자는 그러자고 하고 집안으로 들여 저녁까지 대접해 주었다.
밤이 깊어 잘 때가 되었는데 여자가 오늘밤은 자지 말고 그냥 지내자고 하였다. 그래서 자지 않고 그냥 있으니 웬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세 사람이 같이 앉아 글씨도 쓰고 책도 읽고 하면서 밤을 새웠다. 날이 밝게 될 무렵이 되니 남자는 막내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하였다. 여자와 자기는 산 사람이 아니고 저승 사람으로 약혼한 사이인데, 그만 결혼을 하기 전에 죽어 여기에 묘가 나란히 있다고 하였다. 막내의 아버지가 저승의 왕이 되어 있으니 자기들을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하였다.
남자의 말을 다 들은 막내가 부탁을 들어주려고 해도 어떻게 저승에 계시는 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다음날 낮에 한강에 있는 버드나무 두 그루를 광목으로 보이지 않게 싼 다음 그 안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돌아가신 어머님이 올 것이라고 하였다. 어머님을 따라가면 저승에 있는 아버지에게 갈 수 있다고 하였다. 말을 마친 후 남자와 여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막내가 날이 새서 보니 남자의 말대로 두 개의 묘 사이에 앉아 있었다. 막내가 주인의 집으로 돌아오니 주인이 간밤에는 어디에서 자고 왔느냐고 물었다. 막내는 동대문 밖에서 지낸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정말 묘 두 개 사이에 앉아 있었다고 하였다. 주인은 그 묘의 하나는 자기 아들이고, 다른 하나는 아들과 약혼한 여자의 묘라고 하였다.
낮이 되자 주인은 하인을 시켜 한강에 있는 버드나무 두 그루를 광목으로 보이지 않게 싸게 하였다. 그런 다음 막내에게 그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였다. 막내가 그 안에 있으니 점심때쯤 어머니가 우리 아들이 여기 있느냐고 하며 찾아왔다. 막내가 여기에 있다고 대답하니 어머니는 그럼 가자고 하며 저승으로 안내하였다. 막내는 어머니를 따라 저승으로 갔다.
막내가 저승에 가보니 아버지가 큰 대궐에서 지내고 있었다. 막내는 아버지에게 절을 하고 지난밤에 본 남녀를 다시 세상에 내보내 달라고 부탁하였다. 아버지는 막내의 부탁이니 들어주겠다고 하면서 그 남녀를 데리고 세상으로 나가라고 하였다. 그런데 가기 전에 기왕 저승에 온 것이니 구경이나 하고 가라고 하며 열쇠 뭉치를 내주었다. 막내가 열쇠 뭉치를 들고 저승에 있는 이 광, 저 광의 문을 열어 보았다. 한 광의 문을 열고 보니 그 광 안에는 두 형이 머리는 사람인데 몸은 구렁이가 되어 들어앉아 있었다. 막내는 형들을 보고 도로 아버지에게 가서 형님들도 다시 세상에 내보내 달라고 하였다. 아버지는 형들이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죄가 많아 내보낼 수가 없지만 막내가 부탁하니 세상에 내보내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사람으로 내보낼 수는 없고 구렁이로 내보내겠다고 하였다.
막내는 예전 묘에서 보았던 남녀를 데리고 세상에 나왔고, 남녀는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다시 살아난 남녀는 결혼하여 지금까지 잘 살았다. 그러다가 어제 저녁에 죽어 사람들과 함께 초상집에서 음식 대접을 잘 받고 왔다.
[모티프 분석]
「아버지의 유언을 잘 지킨 아들」의 주요 모티프는 ‘수중 명당’, ‘저승왕이 된 아버지’, ‘저승 구경’, ‘환생한 남녀’ 등이다. 물속에 있는 명당은 여간한 능력이나 배포가 아니고서는 쓰기 어렵다. 두 형은 아무리 아버지의 유언이라고 하나 부모의 묘를 축축하고 언제 파손될지 모르는 못 안에 쓸 수 없다고 주장한다. 두 형의 이 같은 판단은 사회의 통념과 규범을 넘어서는 부친의 유언보다는 사회의 통념과 규범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막내아들은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두 형 몰래 아버지의 유언대로 수중 명당에 시신을 모신다. 부친의 유언은 자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인데, 그 자리에 묘를 써야 저승의 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버지는 막내아들 덕에 저승의 왕이 되었고, 막내아들 또한 저승의 왕의 도움으로 자신을 보살펴 준 주인의 은혜를 갚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