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3016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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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기도 양주시 |
집필자 | 조영주 |
[정의]
경기도 양주 지역에서 여우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여우의 장난」은 한 남자가 사람들을 골탕 먹이는 여우를 퇴치하려고 함정을 팠으나 여우에 속아 넘어가 결국 여우를 잡지 못하고, 함정에 빠진 진짜 구장만 때려잡았다는 여우 퇴치 실패담이다.
[채록/수집 상황]
1992년 양주문화원에서 출간한 『양주군지』에 수록되어 있고, 출전은 1989년 임석재가 집필하고 평민사에서 발행한 『한국구비설화』이다. 일제 강점기에 양주 지방에서 채록하였다고 한다.
[내용]
옛날에 여우가 들끓는 마을이 있었다. 여우들은 장난이 심하여 사람들을 홀리거나 하면서 괴롭혔다. 어느 날은 마을에 사는 한 사람이 여우를 잡아 없애고 장난도 못 치게 할 요량으로 여우가 잘 다닐 만한 자리에 함정을 파 놓고 빠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이 사람이 함정을 들여다보니 여우는 없고 마을의 구장이 빠져 있는 것이었다. 구장은 왜 이런 함정을 파 놓아서 사람이 빠지게 하느냐고 호통을 치며 화를 내었다. 이 사람은 깜짝 놀라 “아이고 구장나리 이게 웬일이십니까.”라고 하면서 꺼내 주었다. 그런데 밖으로 나온 구장은 집으로 가지 않고 산 속으로 향해 가더니 얼마 쯤 가서 재주를 두세 번 넘어 여우로 변하여 달아났다. 이 사람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여우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구장을 찾아가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면서 혹시 함정에 빠진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구장은 “에잇 미친놈 별말을 다 한다.”라고 하면서 웃었다. 그리고 내일은 함정에 빠진 것이 있으면 무조건 때려잡으라고 하면서 혹시 자기가 빠져 있어도 때려잡으라고 하였다. 그런데 함정에 빠져 있는 여우에 욕심이 난 구장이 혹시 함정에 여우가 빠져 있나 보려고 살피러 갔다가 자기가 그만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다음날 함정을 파 놓은 사람이 다시 함정을 찾았는데 안에 또 구장이 빠져 있는 것이었다. 이 사람은 이번에야말로 여우를 잡는다고 생각하면서 때려잡으려고 하였는데 구장이 “여보게, 날세, 나야. 나 구장이야.”라고 하면서 때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전날 있었던 일과 구장이 한 말을 떠올리고 한 번 속지 두 번 속느냐고 하면서 때려잡았다. 그런데 때려잡고 보니 여우가 아니라 진짜 구장인 것이었다. 이 사람은 깜짝 놀라 관가로 가서 사실대로 고하였다. 관가에서는 구장이 죽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이 사람에게는 죄가 없다고 판결하고 보내 주었다.
[모티프 분석]
「여우의 장난」의 주요 모티프는 ‘여우에 속은 남자’, ‘여우 대신 구장을 때려잡은 남자’ 등이다. 여우는 오래 전부터 우리 문화 속에서 일정한 의미로 자리 잡고 있다. 여우와 관련된 설화는 대부분 여우가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동물담이다. 「여우의 장난」은 정작 함정에 빠진 여우에게 속아 넘어가 놓아주고 만 남자가 다시는 여우에게 속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데, 다음날 공교롭게도 전날 여우가 둔갑하였던 구장이 그 함정에 빠진다. 남자는 이번에는 진짜 구장을 몰라보고 때려잡고, 그 결과 구장은 함정에 걸린 여우를 욕심내다가 여우로 오해받아 목숨을 잃게 되었다. 관가에서는 이 점을 참작하여 구장을 죽인 남자에게 죄를 묻지 않고 돌려보낸 것이다. 「여우의 장난」은 자신의 능력을 모르고 나대는 남자의 여우 퇴치 실패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