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충청남도 서산 지역에서 일생을 거치면서 인생의 중요한 단계마다 지내는 의례.

[개설]

평생 의례는 한 사람의 출생부터 죽음 후의 추모 행사까지 이어지는 여러 가지 의식이다. 어떠한 사회나 문화에 있어서도 한 사람이 태어나서 혼인하고 자손을 두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삶의 단계 또는 고비마다 각종의 의례를 거행하기 마련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의례로 출생 의례(出生儀禮), 성년식(成年式)[관례(冠禮)·계례(笄禮)], 혼례(婚禮), 상례(喪禮)·장례(葬禮), 제례(祭禮) 등을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이를 통칭하여 ‘관혼상제(冠婚喪祭)’라고 흔히 불렀지만 이는 출산 의례를 포함하지 않는 용어이기 때문에 ‘평생 의례(平生儀禮)’ 또는 ‘일생 의례(一生儀禮)’라고도 한다. 다음은 서산 지역의 출생 의례, 혼례, 상례·장례, 제례 전반에 대한 내용이다.

[내용]

1. 출생 의례

충청남도 서산 지역의 기자 의례(祈子儀禮)로는 주술적인 방법에 의한 삼신 받기와 절에 가서 치성을 통한 방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대체로 산실(産室)은 산모의 방이나 안방이 된다. 산실에는 아이 낳을 자리에 짚을 깔았으나 시대가 변함에 따라 비료 부대 또는 비닐을 깔고 아기를 낳기도 했다. 서산 지역에서는 산파를 ‘산바라지’라고 부른다. 산바라지는 주로 산모의 가족이나 인척 중에서 여성이 맡는다.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이웃 주민이 산바라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후산(後産)으로 나온 태반은 땅에 묻거나 태운다. 그리고 안방에 삼신상을 차리고 산모에게 첫국밥을 먹인다. 태어난 아기의 성별에 따라서 고추, 숯, 한지 등을 끼운 금줄을 대문에 치고 부정한 사람의 출입을 막는다. 출산 후 아기가 처음 입게 되는 옷을 ‘쌈저고리[배내옷]’라고 부른다. 서산 지역에서는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외가를 방문할 때에는 아기의 옷깃에 고추를 달아매 주거나 얼굴에 숯검정을 칠해서 잡귀가 해코지하는 것을 예방하였다.

2. 혼례

과거에 서산 지역의 혼례는 주로 중매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때 중매자를 ‘중신애비’ 또는 ‘중신할매’라고 불렀다. 신랑과 신부 쪽에서 혼인 의사가 결정되면 신랑 쪽에서 신부 집으로 사성(四星)[사주단자]을 보낸다. 혼례일은 대체로 신랑 집에서 정하지만 간혹 신부 집에서 하기도 한다. 혼례일이 결정되면 당일 혹은 전날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함을 보낸다. 함에는 채단과 혼서지, 실, 팥, 고추 등을 담아 보낸다.

신랑이 혼례를 치르기 위해 신부 집으로 가는 것을 초행이라고 한다. 혼례 절차는 전안례, 교배례, 합근례 순으로 진행되며, 이는 예서(禮書)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유사하다.

혼례가 끝나면 신랑과 신부는 초야를 치른다. 이때 잡귀로부터 신랑과 신부를 지키기 위해서 신방을 엿보는 풍습이 전해진다. 신부는 신행을 가서 시댁 식구들에게 인사를 드린다. 이를 현구고례(見舅姑禮) 또는 폐백이라고 한다.

혼례를 마치고 신랑이 처음 처가에 방문하는 것을 재행(再行)이라고 한다. 이때 신부의 식구들 및 마을 청년들이 신랑을 달아매는 동상례(東床禮)를 하기도 한다.

한편, 신부가 혼례 후 처음으로 친정을 방문하는 것을 근친이라고 한다. 이때 시댁에서 음식이나 옷가지 등을 선물로 마련해서 간다.

3. 상례·장례

서산 지역에서는 집안의 어른이 돌아가실 즈음에 안방으로 모신다. 임종을 하면 수시(收屍)[시신이 굳기 전에 정성을 다하여 몸을 바로잡음]를 한다. 초혼(招魂)은 지붕 위 혹은 마당에서 부른다. 그리고 대문 바깥에 사자상을 차리는데, 동전 세 개 혹은 다섯 개를 놓고 생쌀 세 그릇을 차린다. 망자의 신발은 사자상 아래에 놓는다.

삼일장은 망자가 사망한지 이틀 만에 염습을 한다. 주로 친척 중에 염습을 잘하는 분에게 부탁한다. 입관을 하기 전에 반함(飯含)을 한다. 이때 시신의 입에 버드나무 수저로 쌀을 넣으면서 “천석이요, 만석이요!”라고 외친다. 망자에게 수의를 모두 입히고 나면 시신을 이불로 싸서 몸을 일곱 매로 묶고 입관한다.

입관과 성복제를 마치기 전까지 상주(喪主)들은 두루마기를 걸치는데, 부친상의 경우에는 왼팔을 빼고, 모친상의 경우에는 오른팔을 뺀 채 입는다.

장례일이 되면 아침 일찍 마당에서 발인제를 지낸다. 묏자리[묫자리]는 미리 잡아 두었다가 상여가 나가는 날 아침에 미리 산에 가서 파 놓는다. 하관 일시는 지관이 잡아 주는데, 생시가 맞지 않는 사람은 하관하는 모습을 피해야 한다.

하관을 마치면 상주가 청실과 홍실로 시신의 가슴께에 폐백을 올린 후에 흙을 덮는다. 지면과 같은 높이로 흙이 덮이면 평토제(平土祭)를 지내고, 상주는 혼백을 모시고 갔던 길로 되돌아온다. 과거에는 여자들은 장지에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에 상주 일행이 돌아오면 대문 바깥에 나가서 곡을 하면서 혼백을 맞이한다.

혼백을 집안에 모시고 나서 반혼제(返魂祭)를 지내고 사흘째에 삼우제(三虞祭)를 지낸다. 탈상(脫喪)은 삼년상이 원칙이지만 최근에는 간소화 되어서 49일 또는 심지어 삼우제를 지낸 후에 탈상하기도 한다.

4. 제례

서산 지역에서 제례는 크게 기제사(忌祭祀)와 차례(茶禮), 묘제(墓祭)로 구분된다.

기제사는 조상의 기일에 맞추어 지내는 제사이다. 4대 봉사가 일반적이지만 3대 봉사 또는 2대 봉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고위(考位)와 비위(妣位)의 제사는 따로 지내지만 합설로 상을 차린다. 다만 축문을 읽을 때 어느 분의 제사인지 고한다. 제물은 집안에 따라서 ‘홍동백서(紅東白西)’의 원칙을 지키거나 ‘조율이시(棗栗梨柹)’, ‘조율시이(棗栗柹梨)’ 순으로 차리는 등 집안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차례는 설날과 추석에 지내는 가정이 많다. 과거에는 한식과 동지에도 차례를 지냈으나 이러한 가정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차례 상을 차릴 때에는 윗대 조상을 먼저 지내고 나서 다음 조상의 차례를 지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집안에 따라서 제물을 한 벌만 장만하고 지방만 교체하여 차례를 지내거나, 한꺼번에 조상을 모시고 차례를 지내는 경우도 있다.

묘제는 음력 10월에 5대조 이상부터 중시조 혹은 파시조까지 직접 묘소를 찾아다니며 지내는 제사이다. 집안에 따라서는 재실을 별도로 지어서 이곳에서 한꺼번에 제를 지내기도 한다.

한편, 충청남도 서산시 지곡면 대요1리의 금성 정씨 집안에서는 정충신(鄭忠信)[1576~1636] 장군에 대한 기제사를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제사일은 정충신 장군의 기일인 음력 5월 초사흗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