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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월길을 걸으며 구름산에 올라 보니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1A010102
한자 雪月-山-
지역 경기도 광명시 소하2동 설월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성학

[설월길을 지나 구름산으로]

소하2동주민센터 를 출발해서 설월리 길을 지나다 보면 돌담에 둘러싸인 오래된 옛 집들을 만나게 된다. 설월2길로 접어들면 오랜 설월리의 더 많은 흔적들이 우리 눈에 들어온다. 설월리의 최고령자 설순금 씨가 사는 집과 소하동성당 한마음공소를 지나쳐 약 100m를 오르면 금강정사에 다다른다.

제법 많은 참배 차량들이 금강정사에 진입하는 것을 보며 또 약 100m를 오르면 왼쪽으로 월성사를 가리키는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에 적혀 있는대로 전형적인 시골길로 약 80m를 걸으면 월성사가 언덕 비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월성사설월리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월성사에서도 구름산을 오를 수 있지만, 제대로 된 구름산을 보고 싶다면 금강정사를 옆에 두고 지나오던 길로 산을 향해야 한다.

[구름산에 오르다]

본격적인 산행길로 접어들어 10분 정도 오르다 보면 구름산약수터[일명 절터물]가 보인다. 설순금 씨 댁 앞쪽에 자리한 참샘물약수터가 설월리 여인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면, 이 구름산약수터는 구름산을 오르는 이들의 목을 적셔 주는 약수터라 할 수 있다. 약수터 부근에는 배드민턴장도 있고 벤치도 몇 개 있어서 산행 길에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는 제격이다.

구름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지만 나무 계단이 갖춰져 있어 그리 힘들지는 않다. 10여 분 계단을 오르면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이 나오는데, 가리대 쪽에서 오는 길과 합류해서 이른바 ‘명상의 숲’을 지나면 어느새 정상이 나온다. 구름산 정상에는 광명시에서 마련한 누대[운산정(雲山亭)]가 세워져 있다. 이 누대에 오르면 구름산 높이의 위력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설월리 쪽으로는 마을 너머 ‘바다처럼 논이 펼쳐졌다’던 옛 들판에 빼곡히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고, 학온동 쪽으로는 아방리 일대와 애기능저수지, 제2경인고속도로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월성사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오면 올라올 때 지나친 참샘물약수터를 만나게 되고, 설월1길로 접어들면 소하2동주민센터 쪽 출발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마을을 빠져 나오게 된다. 채소밭들을 조금 걸어 나오면 개운아파트를 위시한 아파트 단지가 설월리 마을의 경계를 알려 준다.

[광명시의 전통과 정체성을 생각하다]

설월리는 작고 아담한 마을로, 마치 구름산이 보듬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주변 지역은 거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개발이 이루어졌지만 설월리는 아직도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농촌 마을이다. 이렇듯 우리 눈에는 정감어린 소박한 마을로 비추지만, 정작 이곳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개발이 이루어지길 고대하며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개발과 보존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설월리 큰말을 뒤로하고 오리동, 즉 작은말로 향하면 조선시대 청백리로 유명한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1547~1634]의 풍모를 접할 수 있다. 지금은 그의 후손들이 충현박물관을 세워 오리 대감의 고택과 영정 및 유품, 충현서원 터 들을 일반 사람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서면의 중심지기도 했던 이곳은 한 시대의 지도층 인물의 유산을 통해 당시 집권층이 간직했던 정신문화와 예술적 가치의 일단을 느껴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하여 여전히 전통적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설월리와 더불어 오늘날 광명시의 정체성을 느끼게 하는 상징적인 지역으로 그 위상을 자랑하고 있기도 하다.

오리동 충현박물관을 되돌아서 다시 소하동 쪽으로 걸으면 소하사거리에 이른다. 소하사거리 일대는 꽤 번화한 곳으로 은행들과 편의점, 큰 식당들이 다 여기에 몰려 있다. 예부터 행정 중심은 설월리였지만 상권은 소하사거리 쪽에 형성되었던 것이다. 이곳에는 또 광명 지역, 즉 옛 시흥군 서면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서면초등학교[옛 서면공립보통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서면초등학교는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한 이 지역 최고의 교육 기관이다.

이렇듯 구름산 산행은 단순히 도시 근교 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광명시의 전통과 정체성을 탐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정보제공]

  • •  최문락(남, 1939년생, 소하2동 설월리 주민, 동정자문위원장)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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