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북도 부안 지역에서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의 시대.

[개설]

선사(先史)[prehistory]는 역사(歷史)[history]와 구분되는 시간적·공간적 영역으로서 문자 기록이 없던 시대를 말한다. 문자를 이용하여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시대보다 이전 시대, 곧 역사 이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구석기 시대,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그리고 기원전의 철기 시대 일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청동기 시대에 해당하는 고조선은 문자 사회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역사 시대로 볼 수 있으나 주변의 다른 문화, 예를 들면 송국리형 문화 등은 문자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선사에 해당한다. 따라서 여러 문화들이 존재하였던 청동기 시대는 고조선을 제외하면 대부분 선사에 포함할 수 있다. 최근에는 선사와 역사의 과도기를 원사(原史)[protohistory]로 설정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선사 시대는 문자 기록이 없었기 때문에 고고학적 연구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즉 고고학적 발굴 조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확보된 자료를 분석하여 시간과 공간의 축을 설정한다. 자연 유물은 당시 자연환경을 복원하는 데 활용되고, 인간이 제작한 다양한 유물들은 고고학적 이론에 근거하여 당시의 문화를 복원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부안 지역에서는 구석기 시대 유적을 제외한 신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의 유적이 각지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선사 시대는 다양한 유적에도 불구하고 발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문화적 성격과 특징을 자세히 논하기에는 무리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우리나라 선사 문화의 일반적인 경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청동기 시대는 다른 시대에 비해 유적의 수도 많고 발굴 조사 사례도 다수여서 해상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앞으로 부안군에 분포하는 선사 시대 유적에 대한 밀도 있는 발굴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구석기 시대]

부안의 구석기 시대 유적은 분명하지 않다. 이는 구석기 시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2020년 12월 현재까지 발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관계로 문화적 정체성이 밝혀진 유적이 없다는 의미이다. 구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유물은 동진면 반곡리와 백산면 용계리 등 동진강 수계에서 소량으로 확인되었다. 구석기 시대에는 돌을 깨서 제작하는 뗀석기[타제 석기]가 일반적인데 부안 지역에서는 석영과 유문암을 돌감으로 하는 석기 2점이 보고되었다.

[신석기 시대]

2020년 12월 현재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부안 지역의 신석기 시대 유물은 계화면과 변산면, 위도면 등 섬과 해안 쪽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조개더미[패총]와 빗살무늬 토기가 대표적이다. 토기의 문양 분석에 따르면, 신석기 시대 이른 시기부터 늦은 시기까지 생활 터전으로 이용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조개더미 유적은 신석기 시대의 생활 문화를 복원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청동기 시대]

부안 지역에서 알려진 대표적인 청동기 시대 유물인 고인돌[지석묘]은 상서면과 보안면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며, 주거 유적과 조개더미, 유물 산포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유적들은 대부분 서해안 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행안면 역리와 동진면 내기리에서 청동기 시대 전기 단계의 주거 유적인 장방형 집자리가 조사되었고, 줄포면 신리, 행안면 역리, 보안면 하입석리 등에서 청동기 시대 중기의 송국리 유형이 확인되었다. 고인돌 유적은 부안 구암리 지석묘군[사적 제103호]이 잘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는 주석과 구리를 합금하여 만든 청동으로 도구를 제작하던 시대였지만 2020년까지 청동 유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초기 철기 시대]

초기 철기 시대 또는 철기 시대 이른 시기의 유적은 2020년까지는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 동진면 당상리 구지리 토성에서 한국식 동검과 옹관묘가 확인되었고, 행안면 역리에서 널무덤 1기가 조사되었다. 또한 변산면 격하 조개더미 등 여러 조개더미 유적에서 원형 띠가 부착된 덧띠 토기가 출토됨에 따라 당시의 문화 양상을 살필 수 있다.